가장 이상적인 게임은... 전원 켜면 게임 시작되고 곧바로 패드든 스틱이든 붙잡고 시작하면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일 겁니다. 오락실에 있는 게임의 상당수가 여기 해당되죠. 거기에 돈까지 걸려있으니 집중력, 몰입도도 플러스!!! 보통은 초반 스테이지 난이도를 쉽게 설정해놓는 편이라 돈을 넣고 집중하면 처음 하는 게임이라도 몇 분 정도의 플레이시간을 보장해줍니다. 금전적 부담만 없다면 게임하기에 여러모로 친절하고 좋은 곳이죠.

게임은 그저 즐기라고 있는 겁니다. 절차나 과정은 최소화하고 즐거움은 극대화시키는 것이 기본이지요. 물론 그런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게 결코 쉽지 않기에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머리를 싸매고 야근 크리에 고생하고 있을 겁니다(힘들 내시길 ㅠㅠ).

미야모토 시게루의 슈퍼마리오 제작 일화는 이미 유명합니다. 그런 세심한 고찰이 있었기에 지금의 마리오 시리즈가 있는 거겠죠.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레 '버섯은 당신을 해치지 않습니다'라던가 '적은 밟으면 죽습니다', '거북이 등껍질을 공격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등의 룰을 터득할 수 있게끔 아이템의 위치, 레벨 구성이 치밀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파고 들어가면 마리오도 나름 심오한 게임이지만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들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대단하죠.

사실 색다른 플레이를 제공하기 위해 게임이 복잡해지고, 메뉴얼, 튜토리얼이 생기는 것은 지금 와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복잡해지는 그 자체는 게임에 있어 분명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너같은 라이트 유저는 이 게임의 진가를 몰라"라고 외치는 건 그 게임의 높은 진입장벽을 스스로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지요. 어렵기로 소문난 팔콘, 플심 뭐 이런 작품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몇 달씩 공부해야 하는 어렵고 복잡한 조작을 고수하는 대신 그로 인한 사실성이 어려운 조작을 상쇄시킬 만큼의 참신한 재미를 이끌어내기에 기꺼이 몇 달씩 공부해서 게임을 즐기는 매니아층이 형성될 수 있는 것이지만, 진입장벽이 높다는 단점 자체가 펑 하고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독특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누구라도 어려운 조작을 지적할 수 있다는 얘기죠.

원점으로 갑시다. 대부분의 유저들에게 이상적인 게임은 사전 절차 없이 게임 시작하면 곧바로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일 겁니다. 하드유저, 코어게이머로서의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어려운 게임을 굳이 찾아다니는 것도 그 우월감을 느낄 때의 즐거움 때문이 아닐까요?
Posted by As Kafka

형과는 성격은 달랐지만 서로 생각하는 것도 비슷하고... 여튼 정말 많은 점에서 닮았습니다. 제 우상이었고 롤모델이었죠. 뭐 지금이라고 그런 제 생각이 크게 변한 건 아닙니다. 형은 여전히 제게 있어 무진장 대단하고, 이제까지 지내면서 싸운 적도 거의 없었을 정도로 사이도 좋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충격을 좀 받았네요. 고등학교 졸업 이후 서로 떨어져 살면서 저는 일문학을, 형은 물리학을 전공한 게 적잖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지만 정말 서로의 철학이나 사고의 알고리즘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둘이 MBTI 검사라도 해보면 정말 딱 반대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더군요. 논리적으로 맞다고 해서 확신하거나 단정짓지 않고, 어찌보면 좀 뜬구름 잡는 저에 비해, 논리적으로 맞다면 신의 존재까지도 확신하는 형을 보면 SF영화에 등장하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그래서 나중에 비극을 맞는 과학자를 보는 것 같아서 적지 않게 놀랐습니다.

그렇잖아도 최근 웹상에서 멋대로 단정짓거나 확신하는 댓글에 리얼 민감하게 반박하고 다니는데다, 그리 독실하진 않지만 그래도 가끔 성당에 나가는 천주교 신자로서(뭐 사실 제가 신자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하는 부분은 부끄럽네요) 좀 마음이 걸렸습니다.

오늘 강철의 연금술사를 거의 풀타임으로 봤더니 이런 것도 다 포스팅하게 되네요. 이러니 저러니 하지만 저도 행님이 좋아영 ~_~
Posted by As Kafka

디올옴므도 소년을 구원해주기 힘들겠군요.
Posted by As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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