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아니지만 간단한 책 이야기.


읽기 좋은 책이다. 부피 작고 글씨도 큼직큼직하고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는 아니고 스케치)도 깨알같이 들어가 있고...


TV, 콜라, 캐릭터, 자전거, 시계, 게임기 등등... 각 챕터별로 유/무형의 제품 디자인의 진화를 잘 풀어놓았다. 책 내용 자체가 굉장히 미니멀리즘 하게 디자인 된 게 인상적이다. 제반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고 챕터마다의 내용도 길지 않아서 짧은 호흡으로 여러 번 나누어 읽기 편한 것도 장점. 간간히 짬을 내어 읽기에 더없이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핵심은... 1999년에 쓰인 책인데도 불구하고 10년도 넘게 지난 지금과의 시간차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저자의 통찰력에 감탄을!


그나저나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 제품이나 디자인에 너무 후한 평가를 준다는 느낌도 적잖아 있는데... 생각해보니 90년대 후반까지는 일본의 제품 디자인이 정말 좋긴 했지... ㅇ_ㅇ;;;


Posted by As Kafka

2010. 7. 12. 21:09 文學少年

밤의 피크닉


전직 책덕후였던 아스가 책을 사실상 손에서 내려놓은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책읽는 페이스는 훅 떨어졌는데 구입 페이스는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 책장에 책이 쌓여가는 상황이 계속됐죠. 그래서 얼마전부터 도서 구입을 그만두고 슬슬 읽는데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튼, 밤의 피크닉은 올 초에 토익 교재 사면서 배송비 아끼려고 구입한(-_-) 온다 리쿠의 작품입니다. 이름 정도는 몇 번 들어본 작가인데다 3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은 '배송비 냈다 치자'라고 생각하기 충분한 가격이었죠.

문학 작가들은 마치 마법사같습니다. 평범한 일상도 마법처럼 그려내니까요. 물론 밤의 피크닉에서는 껄끄러운 관계에 놓인 이복남매의 갈등이라는 특수한 상황설정이 가미되어 있습니다만, 정도의 차이를 제외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매일매일이 평범한 일상은 아닐 겁니다. 크고작은 사건사고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인 경우도 정말 많죠. 보행제라는 특수한 행사를 통해 그려내는 이야기지만 그 속은 고교생들의 평범한 일상 그 자체입니다.

이 작품의 시점은 3인칭 시점으로, 한 주인공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4명의 주요 등장인물을 쉴새없이 번갈아가며 비춥니다. 일견 혼란스러울 수 있는 시점임에도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는 특별히 튀는 것 없이 자연스럽고 은은하게 묘사됩니다. 잔잔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쾌하기도 한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엔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게 되지요. 이번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이러한 구성력에 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억지로 스토리를 끌고가지도 않고 주인공을 크게 부각시키지도 않는 가운데서도 자연스럽게 큰 흐름을 만들어 이야기를 진행시키니까요.

몇 년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을 읽고 실제로 종로에 0박2일 모험(?)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몇 차례 블로그에 포스팅 하기도 했죠). 이런 저런 사건과 마주치지는 않을까 하고 떠났지만 결국 소설같은 사건은 없었죠. 밤의 피크닉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상을 이렇게 흥미진지하게 묘사하는 마법사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살아가는 지금의 일상도 분명 드라마일 수 있겠다고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적어도 삶이 따분하진 않을 겁니다.
Posted by As Kafka
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8점
김효선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시기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었을지 모릅니다. 오랜만에 내려간 집에서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을 듬뿍 받고서 정말 코끝이 찡해진 상태로 하숙방에 들어왔는데 서평 이벤트를 하고 있더군요.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장을 넘길 수록,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이미 정해져 있는 슬픈 결말로 다가가게 되기 때문이죠. 책장을 넘길 수록 서연이는 죽어가고, 그럴 때마다 저까지 가슴이 먹먹해져서 책장을 덮고 잠시 바람을 쐬거나 긴 한숨을 몰아쉬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면서 다시 한 번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하게 되고, 소흘했던 곳을 되돌아 보게 되고, 그리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주변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요.

이 책에서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고 위안을 얻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작가분도 결국 상황이 더 악화된 병실의 사람들을 보며 위안 비슷한 걸 삼았고,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모든 일상이 한 순간에 끝장나고 오로지 어둡고 차가운 병실에서 죽음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 그들의 현실에 비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고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제 자신이 다행스럽게 느껴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계신 분들께는 정말 오만하고 죄송한 말씀으로 들리실 수 있겠지만 말이죠.

종교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되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도 분명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솔직히 저도 종교인이긴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거부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어떤 종교냐 하는 것을 떠나, 신앙의 힘은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모 애니메이션의 대사는 분명 신앙생활을 하는 많은 종교인들의 반발을 샀겠지만 그 속에는 분명 중요한 본질이 있지 않을까요?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없는 신을 만들어서라도,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신을 찾게 되고, 신을 찾은 또다른 사람들끼리 또 의지하면서 힘을 얻고, 감사하며 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능이 낮은 사람이 종교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자들의 오만한 주장은 개나 줘버리라죠-_- 이 책의 작가와 서연이에게 신앙이 없었더라면 힘겹기 그지 없는 항암치료와 간병을 꿋꿋이 해낼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백혈병 투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식을 위한 부모의 극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평생을 갚아도 모자랄 사랑인데... 과연 나중에 제가 자식을 낳아서 이만한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마저 드는군요. 일단 글 다 쓰는대로 당장 집에 전화부터 해야겠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보며 위안을 느낀다는 게 힘든 일을 겪은 당사자에게는 분명 큰 상처이겠지만 전 그래도 작가분께 감사드려야 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그리고 더 열심히 살 수 있게 해주셔서요.
http://asrea.tistory.com2010-03-24T02:03:460.3810
Posted by As Kafka

구입해서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다 읽기까지... 우습게도 3년이 걸려버렸습니다. 일본가기 전에 1/3쯤 읽다가 다녀 와서 정신없이 학교 다니고 그러다 작년 가을쯤에 집에서 가져와서 깨작깨작 읽었는데 이제서야 다 읽었네요. 사실 제대로 읽은 시간의 대부분은 지난 주말부터 해서 약 4일정도... 게임처럼 중반부에 몰입이 되니까 그자리에서 주욱 달리게 되네요.

사실 전 슬픈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어째 계속해서 보게 되는군요. 마약같달까요? 읽고 나면 뭔가 찜찜한 여운이 감돌지만 일상에서 느끼기 힘든 자극적인 감정같은 게... 계속 책을 붙잡도록 하는군요. 특히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상상은 영화와 같은 시각 예술의 그것보다도 훨씬 이상적이기 때문에 더 그렇지요.

[우행시]는 그간 일본소설 위주로 읽던 제가 오랜만에 읽은 공지영 작가의 화제작입니다. 트라우마에 괴로워하지만 가족들에게마저 외면당한, 그래서 비뚤어질 수밖에 없었고,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었던 [유정]이 고모를 통해 억지로 끌려간 교도소에서 사형수 [윤수]를 만나며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 나가는 내용입니다. 죽지 못해 살고있던 사람과 살지 못해 죽는 사람의 묘한 만남이 이루어 지는데요, 삶과 죽음에 대해 큰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삶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평생이 걸리고, 또 죽음이라는 것을 깨닫는데까지 평생이 걸린다는 말이 크게 와닿는군요.
Posted by As Kafka
작년이었다면 기대를 많이 했을 텐데, 빈곤 타개책으로 인해 올해 책 지름은 가급적 학교를 이용해먹자고 결정내린 터라(한 학기 등록금이 얼만데!!) 초대권을 쥐고도 갈까 말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특히 에쿠니 가오리 사인회가 이미 끝나버려서 동기부여도 잘 안됐고요.


신작 발표회나 초염가판매, 경품 등을 기대했지만 기대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신작을 소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그나마 눈에 띄는 건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의 신작을 홍보하고 있었다는 점 정도?(번역은 또 양억관 김난주 본좌커플께서 냠냠 하셨겠죠?) 하지만 가격은 20% 할인에 그쳐서 당장 사서 보고싶어하는 독자 외에는 매리트가 없어보였습니다. 볼 책도 많은데 이건 그냥 학교 도서관에 갖다달라고 신청한 뒤 도착하면 천천히 빌려 읽어야죠.


군침을 삼켰던 애플 일러스트집, 그리고 스파4 화보집등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눈에 확 띄었으나 책 자체가 너무 고가였고 카드결제가 안 되는 무수한 부스 가운데 한 곳이어서 구입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냥 구경만 하고 샤샥~


여러 나라의 책을 접할 수 있었는데 주빈국인 일본의 경우 좋은 자리에 큰 부스를 두고 각종 행사도 하면서 아예 도서관을 차려놨더군요. 아쉬운 점은... 이렇게 빵빵하게 책을 갖다놓고도 판매는 거의 안 하더군요. 한 쪽 구석에서 극소량만 판매하고 있었는데 20% 할인이라지만 실제로 살만한 책은 전혀 없었습니다.


동심의 세계를 자극하는 부스가 많았습니다. 아동서 홀이 따로 있었고 메인 홀에도 초글링들이 우글우글;;;; 블루레이 홍보 부스에서는 시간에 맞춰 각종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는데 3시간이나 투자해 다빈치코드를 볼 생각은 없어서(일단 영화관에서 보기도 했고...) 그냥 신경 껐습니다;;;


좀 실망스러운 행사였습니다. 물론 법적인 도서 최대 할인가(10%)를 생각하면 10~80%까지 할인되는 이번 행사에서 책을 구입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책을 많이 구입하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편이 여러모로 저렴해 보였습니다. 잘만 찾으면 한도치 넘어서 20~30% 할인에 마일리지, OK캐쉬백까지 받을 수 있지요. 그리고 카드결제가 안 되는 부스도 많았고(지갑에 6000원 있습니다) 책 찾기도 힘들고, 그나마 작년이었으면 충동구매라도 막 했을 텐데 올해는 도서관을 아끼기로 한지라...

경품은 거의 없다시피 했고 행사도 딱히 시선을 끄는 게 없었습니다. 게임쇼마냥 신작이라도 왕창 소개해줬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도 않았고요.

내년에도 아마 할 것 같은데 그 때도 일단 갈 것 같긴 합니다. 대신 그 때는 단체관람 금지된 날에 가서 널널하게 보고 지를 것도 좀 지르고, 원하는 작가 사인회나 대담회 같은 같은데도 가야죠.
Posted by As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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