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전업을 거듭하다 보면 언젠가 마호로같은 바람직한 안드로이드가 될 수도 있겠지요>

오픈소스에 진영에 칼끝을 겨누는 이야기는 신중해야 하기도 하지만 일단 매력적인 떡밥임에도 틀림이 없습니다. 이번에는 아이폰 출시와 함께 그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합니다.

사실 안드로이드가 이제 막 뚜껑을 여는 그런 물건은 아닙니다. 이미 첫 단말기가 출시되고 한참이 지났죠. 이번 열풍은 OS의 마이너 업그레이드와 함께 더욱 다양한 단말기로 출시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참전'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10년간 힘든 길을 걸었지만 아직도 뭔가 반전을 노리려는 윈도우모바일7, 하락세이긴 해도 여전히 최강자인 심비안, 돌풍의 애플과 블랙베리에 이어 안드로이드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거죠.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안드로이드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현재의 지배적 의견에 물음표를 던지는 편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PC 시장에서 마소와 애플이 벌인 혈전을 예로 들어 아이폰의 몰락과 안드로이드의 부흥을 '확신'하는 분위기입니다(도대체 그놈의 확신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다른 근거는 없습니다. 하지만 잘 보면 지금 윈도우 모바일은 어떤가요? PC 시장에서의 리눅스는요? 장미빛 미래를 예상하던 그들의 현재 자화상은 어둡습니다. 윈도우의 성공을 바탕으로 10년을 고군분투한 윈도우모바일의 점유율은 현재 8% 정도이며 오픈소스 시대를 여는 리눅스는 산업시장에 적지 않게 기여하고 있습니다만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여전히 머나먼 당신입니다. 안드로이드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교훈을 그들이 말해주고 있지 않나 싶네요. 오픈소스가 가지는 맹점, 그리고 스마트폰 시장의 특수성을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현재 스마트폰을 주도하고 있는 노키아, 애플, RIM 세 곳의 공통점은 단말기 제조사에서 OS를 만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변화에 뒤쳐졌던 팜 역시 과거 PDA 시장을 호령했을 적에는 같은 형태였고 심지어 윈도우모바일 단말기 중에 가장 개념이라는 HTC를 보더라도 HTC가 거의 윈도우모바일의 레퍼런스 단말기였기에 좋은 평판을 얻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즉,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이 중요한 과제라는 점이죠.

스마트폰의 하드웨어는 다양합니다. 터치스크린 방식, 쿼티키보드의 유무, 해상도, 각종 센서 탑재여부 등등 기본적인 성능 이외의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이것들을 한 OS에서 다 지원하려면 일단 먼저 허리부터 휠 겁니다. 공룡기업 MS는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편이죠. 그들이 PC시장에서 맥 하드웨어와 비교당하며 겪는 안정성 문제의 배경에는 이런 광범위한 하드웨어 커버리지가 존재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특정 단말기 전용 어플만 만들 수는 없으니 범용 어플리케이션도 만들어야 할 겁니다. 대신 이 경우 하드웨어 사양은 하향 평준화 되어 여러 단말기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되죠. 저희집 PC는 크라이시스같은 고품질 게임도 풀옵션으로 돌아가는 빵빵한 시스템이지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온라인 게임을 할 때면 조악한 그래픽에 한숨부터 쉽니다. 이 사양에 이런 그래픽을 봐야 하나 싶지요. 스마트폰으로 이 문제를 가져오면 굉장히 심해져서 제 엑스페리아의 경우 화면이 잘리거나 쿼티키 지원이 안 되는 경우는 물론, 반대 경우로 속도가 너무 느려 실행하기 힘든 어플이 많아서 실제로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정말 쓸만한 프로그램은 역시 HTC 계열의 엑스페리아인 만큼 HTC 계열 어플 정도더군요.

공룡기업 MS가 휴대폰 시장에서도 똑같이 하드웨어 지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상은 안드로이드 입장에서도 남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무려 오픈소스지요. 오픈소스의 특징이 다양한 커스터마이징과 사용자들에 의한 빠른 문제해결에 있다고들 합니다만 현실을 보면 개발자들에게 환영받는 요소일지언정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사용자들이 쏟아내는 갖가지 어플리케이션(그 중에는 하드웨어 심층부를 직접 컨트롤하는 어플도 물론 있겠죠)에 누가 책임을 지고 플랫폼을 관리해주느냐 하는 문제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죠. 구글과 단말기 제조사들이 커버하는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사용자들이 관리해주는 부분은 더 열악합니다. 요즘 윈도우모바일은 사용자들이 속도와 UI를 개선시킨 커스텀 롬이 기본이라지만 그 안정성은 순정만 못합니다. 애플의 정책을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해킹된 아이폰의 안정성을 보면서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애플은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있어 하드웨어 접근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조금씩 깨작깨작 제한을 풀고 있지만 저는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부분만을 허용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애플의 상업적인 이익을 위한 부분이 분명 존재하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그들의 하드웨어가 그들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제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킹된 아이폰의 멀티테스킹 어플은 메모리 부족시 아이폰을 멋대로 재부팅 시켜버리며 일부 프로그램은 배터리 수명을 급속도로 닳게 만듭니다. 아이폰의 고장 원인의 대부분이 해킹이라고도 하죠. 사공이 많은 오픈소스가 감당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아이폰 한 단말기만 해도 해킹 어플 안정성 문제가 불거지는 판에 수많은 기기를 지원하는 오픈소스 운영체제에서의 문제는 말할 것도 없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오히려 안드로이드보다 차기 윈도우모바일 쪽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싶습니다. 더욱 폭넓은 하드웨어 지원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전문 공룡기업이고 OS 완성도만 윈도우7처럼 한 번 대박 터트려주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고민을 해야 하는 안드로이드는 어떤가요? 구글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도 아니고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도 아닙니다. 출발 조건은 같은데 출발선이 MS와는 다릅니다. 애플, 노키아, RIM등은 출발 조건을 달리 했지만(한 우물만 파는) 구글이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회사 규모와 맞지 않을 정도로 엄청날 겁니다.

아이폰이 처음 발표됐을 때 터치펜이 없어서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그것이 스마트폰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죠. 윈도우모바일의 단점을 '터치펜 없으면 못 쓰는 점'으로 생각할 정도니까요. 안드로이드 역시 지금것 구글이 그래왔듯 획기적인 방법으로 제 우려를 불식시켜 주기를 바랍니다. 다만 근거 없는 안드로이드 대세론은 여전히 경계하지 않을 수 없군요. 엑스페리아의 노예(1년 9개월쯤 남았습니다)인 제게도 안드로이드만큼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써 볼 기회가 올 것 같은데(엑페용 안드로이드 롬이 개발되고 있지요) 저도 빨리 안드로이드를 직접 써봤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글도 결국은 써보지도 않고 안드로이드 까는 글이나 마찬가진데...-_-;;;;;;
Posted by As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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