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게 송년회랄 것도 없지만 어쨌든, 간만에 다들 모여서 잘 놀았네요. 태랑형이 '연말에 송년회나 하자'고 툭 던진 게 시작이었는데 제 예상대로 태랑형은 그 한마디 이후 아예 종적을 감춰버렸고(-_-) 전 그냥 생각난 김에 구체적으로 이리저리 추진해서 결국 크리스마스 저녁에 칙칙한 남정네들이 모여 나름 송년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 마지막 정모가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적어도 2년은 됐을 겁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모이니 뭔가 나름 어른들의 모임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전에 없던 명함교환이...^^; 게다가 학생은 저 뿐이더군요 띠용;; 이번에도 이런 저런 업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멋지게 취직해서 다음에는 좀 그럴싸한 명함을 내밀어야지요.

오랜만에 다들 모일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엔 예전에 함께 언토를 즐기던 쥬리크리님까지 우연히 클리앙에서 뵙고... 예전 하이텔 시절 생각이 나는 요즘이군요^^
Posted by As Kafka

위 캡쳐샷은 2004년 랜파티 이전, 2002년 여름에 언토2003 서버 돌리던 시절 나리카스에 올린 글의 일부입니다.

취업시즌이라 자소서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지금까지의 제 게임라이프에 대해 계속 돌아보게 되는군요.그 때가 정말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그걸로 무엇을 배웠는지 등등... 특히 하이텔 게임란 시절과 랜파티 이야기는 자소서의 핵심 포인트가 되고 있는데 그러던 중 우연히 세영형 블로그의 2004년 랜파티 후기를 읽으며 다시 추억에 잠기게 됐습니다. 제 기억과의 괴리감과 함께 말이죠^^;

http://dgdragon.namoweb.net/174

꽤 성공적이었다고 기억하고 있었습니다만 이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해 보면 사실 실패에 가까울 정도의 우여곡절을 겪었죠. 게임보드를 돌리면서 컨택을 시도한 업체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최종적으로 제휴관계에 오케이 사인이 나온 곳은 게임존과 아타리코리아 뿐이었고 한참 진행중이던 쇼핑아시아와의 제휴 건은 제가 부대에서 사고를 내는 바람에 유야무야 되고 제가 손을 못 쓰는 사이에 그 사이에 사이트 자체가 휭 날아가는 사고까지...;;; 태국게임 쇼핑몰 시디파라와의 협의는 비교적 진행은 잘 됐지만 구체적으로 넘어가기 전에 시디파라 쪽이 먼저 문을 닫았고, 게임존 역시 DB도 제대로 안 주고 문을 닫아버리는가 하면, 랜파티때는 최초 섭외했던 PC방이 단골과의 이해관계로 중간에 어처구니 없이 계약이 파기되어 부랴부랴 다른 곳을 섭외해야 했죠. 군 생활 중에 사라진 게임보드를 전역 후 굳이 살리니 어쩌니 더 나아가지 않았던 것은 이미 당시 흐름은 커뮤니티 사이트의 몰락, 그리고 개인 블로그가 떠오르는 시대였으며 '취미'로 커뮤니티 사이트를 유지하기에는 더이상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사이트를 운영했던들 거기에 제 미래를 걸고 싶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전역 후에는 블로그를 돌리면서 irc 채널에만 정착하게 되었죠.

이런 저런 일을 겪으며 많이 배웠습니다. 자소서에 잘 적은 것도 있고 표현하지 못한 것도, 아예 숨긴 것도 있지만요^^;

1. 커뮤니티를 돌리면서 의윤이랑 세영형한테 많이 배웠습니다. 둘 다 제가 신경쓰지 못했던 커뮤니티 내실을 다져줬고 제가 생각 없이 튀어다닐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죠. 두 사람 덕분에 안심하고 새로운 컨텐츠 구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뭔가를 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부분을 특히 많이 생각하게 됐죠.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그때 참 어렸구나 싶습니다. 좋은 의미에서든 안 좋은 의미에서든 말이죠.

2. 누구를 설득하려면 명확한 계획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게임보드가 보여줄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업체와의 제휴에 어려움을 겪었고 우리 이야기를 들어준다 할지라도 최종적으로 업체에게 '무슨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득해야 했습니다. 아직 면접같은 걸 본 적은 없지만 회사 면접 질문에 대한 모범적 답변 자세가 아닐까 싶네요. 결국 본질은 같으니까요.

3. 이건 참 같이 운영했던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실 테지만, 업체에 가서 씹히지 않을려면 거품이든 진짜든 '좀 있어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파란에서야 자기네들이 매달 우수이용자 뽑아다 상품줘가며 키웠다 싶은 게시판이 통째로 옮겨간다니까 붙잡을려고 했지 다른 업체들에게는 사실 하이텔 게임게시판이 아니라 개오동 운영자라고 했어도 만나주기나 했을지 의문입니다. 설령 뭔가 이야기가 진행되더라도 굉장히 불리한 조건을 내걸거나, 혹은 아타리였나 손오공이었나, 암튼 걔네들처럼 오케이 사인 했다가 나중에 손바닥 뒤집고 배 째는 경우도 있었죠;;;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지금은 커뮤니티 없이 메신져나 블로그, irc를 통해서만 연락하게 됐지만... 이번 주 금요일에 예전 겜란/게임보드 유저분들과의 송년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오랜만에 모여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기대되는군요^^
Posted by As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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