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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18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생활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

학교 축제기간동안 학교생활 적응에 애를 먹고 있는 후배한테 이것저것 조언을 해줬습니다. 음, 생각해보면 참 주제넘는 것이었을지도요.

모 교수님 수업시간에 곧잘 듣는 '내재된 폭력'이라는 것에 대해 가끔씩 생각하게 됩니다. 교수님은 수업시간에 활발하게 자기 의견을 얘기하고 태클도 잘 걸고, 분위기도 만들어가며 술도 잘 먹는 그런 학생을 좋아합니다. 공공연히 그렇게 말씀하시기도 하고 전 이번에 반장을 맡게 됐다는 이유로 가산점까지 주신다니(반장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니고 술자리 있을 때 자리 잡고 돈 걷는 간사같은 거죠-_-a), 교수님의 스타일도 알 법 합니다.

그런데 그 분이 말씀하시는 내재된 폭력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가해자가 교수님 본인이라는 사실!
내성적인 사람도, 활발한 사람도 있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못 마시는' 사람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활발하고 적극적이기를, 술자리를 즐기기를 요구받습니다(특히 남자라면). 개강 2주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학생들에게 수업에 대해 물어봤더니 '적극적인 참여를 강요를 강요받는 느낌이 부담스러웠다'는 의견을 몇 몇 사람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 합니다. 그 몇 몇 사람들 외에도 똑같이 생각하긴 하지만 표현을 못 한 사람들도 많겠죠. 그런 것을 교수님은 사회생활에 내재된 폭력이라고 규정하셨고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기에는 술자리도 안 갖겠다고 선언하셨으나... 뭐 결국은 이번 주 목요일날 술 마시러 갑니다...-_-;;;

결국 축제 기간에도 대인관계나 기타 학교생활에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배고픈 사람이 뛰어다녀라'는 요지의 말을 해줬는데... 사실 저한테도 힘들거든요; 유일한 같은 과 동기인 현구형은 졸업한지 한참 됐고 영문2반 동기도 몽땅 휴학/졸업으로 학교에 없고 후배들은 이번에 학부제가 학과제로 바뀌는 등의 각종 사정으로... 후배도 거의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 한마디로 혼자서 시작한 이번 학기지요. 갖은 방법으로 사람들과 친해지고 해서 어떻게 지금은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습니다만(지금 생각해보면 같이 몰려다니던 무리가 없어져서 좀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똑같은 일을 정답인 양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은 가시질 않네요.

배고픈데 손도 한 번 안 내미는 사람은 도움받기 힘든 법입니다만 우리는 어쩌면 그런 사람들에게 적극적이 되기를, 활발해지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당사자에게는 폭력으로 느껴질 법도 하지요.

저는 가해자일까요 피해자일까요? 솔직한 느낌은... 가면 쓴 변절자 같은데^^
Posted by As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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