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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12. 21:09 文學少年

밤의 피크닉


전직 책덕후였던 아스가 책을 사실상 손에서 내려놓은지도 1년이 넘었습니다. 책읽는 페이스는 훅 떨어졌는데 구입 페이스는 그리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 책장에 책이 쌓여가는 상황이 계속됐죠. 그래서 얼마전부터 도서 구입을 그만두고 슬슬 읽는데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튼, 밤의 피크닉은 올 초에 토익 교재 사면서 배송비 아끼려고 구입한(-_-) 온다 리쿠의 작품입니다. 이름 정도는 몇 번 들어본 작가인데다 3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은 '배송비 냈다 치자'라고 생각하기 충분한 가격이었죠.

문학 작가들은 마치 마법사같습니다. 평범한 일상도 마법처럼 그려내니까요. 물론 밤의 피크닉에서는 껄끄러운 관계에 놓인 이복남매의 갈등이라는 특수한 상황설정이 가미되어 있습니다만, 정도의 차이를 제외한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매일매일이 평범한 일상은 아닐 겁니다. 크고작은 사건사고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인 경우도 정말 많죠. 보행제라는 특수한 행사를 통해 그려내는 이야기지만 그 속은 고교생들의 평범한 일상 그 자체입니다.

이 작품의 시점은 3인칭 시점으로, 한 주인공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4명의 주요 등장인물을 쉴새없이 번갈아가며 비춥니다. 일견 혼란스러울 수 있는 시점임에도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는 특별히 튀는 것 없이 자연스럽고 은은하게 묘사됩니다. 잔잔하기도 하고 때로는 유쾌하기도 한 학생들의 소소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어느 순간엔가 클라이막스에 도달하게 되지요. 이번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이러한 구성력에 있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억지로 스토리를 끌고가지도 않고 주인공을 크게 부각시키지도 않는 가운데서도 자연스럽게 큰 흐름을 만들어 이야기를 진행시키니까요.

몇 년 전, 무라카미 하루키의 [어둠의 저편]을 읽고 실제로 종로에 0박2일 모험(?)을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몇 차례 블로그에 포스팅 하기도 했죠). 이런 저런 사건과 마주치지는 않을까 하고 떠났지만 결국 소설같은 사건은 없었죠. 밤의 피크닉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상을 이렇게 흥미진지하게 묘사하는 마법사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살아가는 지금의 일상도 분명 드라마일 수 있겠다고 말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적어도 삶이 따분하진 않을 겁니다.
Posted by As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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