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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4 [65점] 에반게리온 극장판: 파

어린 시절 비밀 상영회를 쫒아다니며 봤던 26부작 에반게리온이 종결된지도 10년이 넘었는데 또 극장판이 나오네요. 이미 TV판에서 독백 형태의 애매모호한 엔딩으로 화제를 모은 뒤(주로 까는데 열중함) 뒤이어 나온 데스&리버스, 엔드 오브 에바의 극장판을 통해 24화 이후의 새로운 엔딩을 보여줍니다. 특히 진정한 엔딩(이라고 여겨졌을 뿐이지만)이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습니다.

근데 얘네들이 또 사골을 우려내는군요. 제목에 미리 65점이라는 점수를 찍어둔 것은 TV판을 접하지 못한 세대의 관점에서 이 사골국(파 첨가)을 봤을 때의 점수를 미리 처음부터 확실히 해두고 싶어서 였습니다. 극장판 [서]부터 봐 온 사람들이 이 애니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극장판을 몽땅 섭렵한 저로서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고, 원작의 스토리와는 완전히 달리 흘러가는 신선한 전개 역시 저한테는 좋았지만 처음 에바를 접하는 관객에게는 그저 고게를 갸우뚱거리게 만들 뿐입니다. 특히 캐릭터의 성격은 정말 급속도로 바뀌는데 기존에 26화가 흘러가면서 서서히 변화하던(변화까지도 아니고 겨우 변화의 기미가 보이는 정도) 캐릭터가 이제는 단 수십분만에 급격하게 변해버리니 처음 작품을 접하는 관객으로서는 등장인물에 대한 파악조차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세월이 세월이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거의 독보적이었던 가이낙스의 메카닉 연출은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호쾌하고, 긴장감이 넘칩니다. 그리고 안감독님의 '똘기'도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죠. 후반부 가면 정말 또 미칠 듯한 장면이 마구 나오는데 '광란'을 이렇게 잘 표현하는 감독도 없지 않나 싶을 정도네요; 자극적인 연출에 있어서는 유혈이 낭자하는 걸 빼면 전체적인 수위는 많이 낮아졌지만요. 내용 이해를 떠나서 중반 이후부터는 정말 끝날 때까지 관객의 텐션을 꽉 당겨잡고 놓아주질 않는 점은 에바를 처음으로 접하는 관객들도 확실히 높게 평가할만 합니다. 전 극장에서 뭘 잘 먹는 편인데 오늘은 캔음료 하나 들고가서 그걸 다 못 마시고 나왔네요. 몰입하다 보니 음료수 마시는 걸 깜빡했습니다-_-

이번 4부작 애니 역시 과거 데스&리버스 - 엔드 오브 에바 흐름과 마찬가지로 [서]에서 원작을 필요한 부분만큼 압축/편집하고 나머지 부분을 오리지널 결말로 채워넣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작을 봤던 사람들도 적어도 3편 분량의 새 이야기를 보게 되는 셈이니 팬서비스도 괜찮고 사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훌륭한 원재료를 바탕으로 한 새 요리라는 표현이 어울리겠지요. 그래서 일단 다음 편도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 다만...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씨니컬한 주제를 담고 있으면서 액션이 볼만한 그저 그런 애니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 그리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었네요. 그렇다고 에바를 이해하기 위해 관객들에게 26부작 TV판을 다시 보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저라고 해도 귀찮을 겁니다.
Posted by As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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