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지만 책의 내용 상 문학소년 카테고리에는 넣을 수 없어 소프트웨어 쪽으로 분류했습니다.

학습자의 부담감을 덜어주는 책 디자인

소프트웨어 가이드 서적 치고는 생각보다 작고 정갈한 디자인이 눈에 띄더군요. 회사에서 누가 소설책 보는 걸로 오인할 정도의 사이즈입니다. 엄청난 크기와 두께를 지닌 다른 가이드 서적에 비해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부담감이 많이 줄어드는 것이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인 것 같네요.

실무를 갑자기 접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구성

실무에서의 엑셀 사용 능력은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명색이 (아무나 다 딴다는)MCAS 자격 보유자라 책 초반의 설명은 너무 쉽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기준이고, 이 책에서는 회사에서 엑셀 업무를 덜컥 지시받았을 때 초보자들이 범하는 실수나 난감한 상황들을 예로 들고 거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으로 매 챕터를 시작합니다. 단순히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메뉴얼이 아닌, 입사해서 엑셀 실무를 막 접한 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여 책의 내용과 흐름을 구성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네요.

기본기에 충실한 책

대부분의 일이 그렇겠지만 빠른 작업속도는 작업자의 능력의 잣대가 되곤 합니다. 엑셀도 예외가 아닌데요, 이 책에서는 효율적인 작업을 위한 기본기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고, 그때그때 필요한 단축키를 알려줍니다. 셀의 선택/이동과  같은 기본기 조작에 있어서도 마우스, 키보드 양쪽 모두의 조작법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본기가 다져지면 일의 능률도 오르고 응용력도 향상되어 보다 효율적으로 엑셀을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죠.

용어 설명은 좀 쉬웠으면

엑셀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어려운 부분이 함수가 아닌가 합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도 함수에 대해 상세하게 다루고 있습니다만 용어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인수', '참조', '반환'과 같은 용어들은 그 사전적 의미를 알더라도 엑셀 프로그램에서 만났을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것은 제가 경험한 거의 모든 PC 관련 서적에서 나타났는데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그런 용어들을 도입부에 한 번쯤 설명해주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뒷편 색인에도 없더군요). 의외로 그런 용어 설명은 일본 서적들에 잘 되어 있어서 가끔 일본어 원서 쪽의 이해가 훨씬 잘 될 때가 있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자면 밑도 끝도 없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하죠;;;(하고싶은 말이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IT 분야, 특히 프로그래밍에서 관용적으로 쓰이는 이들 용어에 대해 누군가 잘 풀어서 설명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선배에게 실무를 배우는 느낌의 책

짧은 시간입니다. 고작 일주일간 보고 서평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다소 충실하지 못한 서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동안이나마 책을 보면서 마치 직장 선배에게 차근차근 실무를 배워나가는 느낌을 받아서 개인적으로 참 만족스럽네요. 엑셀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실무를 시작했을 때의 두려움을 해소시켜 주는 데는 정말 적합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엑셀 기본기를 다지고자 하는 분들께도 물론 추천드리고 싶네요.
Posted by As Kafka
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울지 마, 죽지 마, 사랑할 거야 - 8점
김효선 지음/21세기북스(북이십일)

시기 적절한 타이밍이 아니었다면 읽지 않았을 책이었을지 모릅니다. 오랜만에 내려간 집에서 부모님의 넘치는 사랑을 듬뿍 받고서 정말 코끝이 찡해진 상태로 하숙방에 들어왔는데 서평 이벤트를 하고 있더군요. 신청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슬픈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책장을 넘길 수록,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이미 정해져 있는 슬픈 결말로 다가가게 되기 때문이죠. 책장을 넘길 수록 서연이는 죽어가고, 그럴 때마다 저까지 가슴이 먹먹해져서 책장을 덮고 잠시 바람을 쐬거나 긴 한숨을 몰아쉬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면서 다시 한 번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에 감사하게 되고, 소흘했던 곳을 되돌아 보게 되고, 그리고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주변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요.

이 책에서는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을 보고 위안을 얻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작가분도 결국 상황이 더 악화된 병실의 사람들을 보며 위안 비슷한 걸 삼았고,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모든 일상이 한 순간에 끝장나고 오로지 어둡고 차가운 병실에서 죽음과 맞서 싸워야만 하는 그들의 현실에 비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고 오늘 하루도 치열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제 자신이 다행스럽게 느껴졌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계신 분들께는 정말 오만하고 죄송한 말씀으로 들리실 수 있겠지만 말이죠.

종교적인 표현이 많이 사용되는 것에 있어서 거부감을 느끼시는 분도 분명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솔직히 저도 종교인이긴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 거부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하지만 어떤 종교냐 하는 것을 떠나, 신앙의 힘은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이 인간을 만든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모 애니메이션의 대사는 분명 신앙생활을 하는 많은 종교인들의 반발을 샀겠지만 그 속에는 분명 중요한 본질이 있지 않을까요?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없는 신을 만들어서라도, 어떤 수단을 통해서든)신을 찾게 되고, 신을 찾은 또다른 사람들끼리 또 의지하면서 힘을 얻고, 감사하며 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능이 낮은 사람이 종교를 가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나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으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자들의 오만한 주장은 개나 줘버리라죠-_- 이 책의 작가와 서연이에게 신앙이 없었더라면 힘겹기 그지 없는 항암치료와 간병을 꿋꿋이 해낼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백혈병 투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는 자식을 위한 부모의 극진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평생을 갚아도 모자랄 사랑인데... 과연 나중에 제가 자식을 낳아서 이만한 사랑을 베풀 수 있을까 하는 걱정마저 드는군요. 일단 글 다 쓰는대로 당장 집에 전화부터 해야겠습니다.

타인의 불행을 보며 위안을 느낀다는 게 힘든 일을 겪은 당사자에게는 분명 큰 상처이겠지만 전 그래도 작가분께 감사드려야 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부모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그리고 더 열심히 살 수 있게 해주셔서요.
http://asrea.tistory.com2010-03-24T02:03:460.3810
Posted by As Kaf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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