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공부좀 제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1.24 [PC] 디지몬 마스터즈 온라인 2

메뉴얼북 제작을 위해 좋든 싫든 달려야만 했던 게임입니다. 덕분에 디지몬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 됐네요;;

세계관과 비쥬얼, 사운드는 괜찮은 수준입니다. 모델링이 그리 고품질은 아닙니다만 보기 흉하지 않은 선에서 적절히 타협해서 저사양 노트북에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일단 마음에 듭니다. 성우들의 연기나 BGM도 괜찮은 수준이라서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확실히 플레이 욕구를 무럭무럭 불러일으키는군요. 이 점은 확실히 좋습니다.

사실상 본격적인 게임 진행은 정식대원이 되고 나서부터인데 이 부분이 상당히 고되고 지루합니다. 결국은 어디 가서 무슨 몬스터를 얼마나 잡아오라는 식의 전투노가다 퀘스트이거나 먼 곳에 있는 누군가에게 다녀오라는 식인데 이 부분은 국내 MMORPG가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라고 봐도 될 듯 합니다. 특히 이 게임은 직업 개념이 희박하기 때문에 모든 임무가 전투 관련이고, 초반에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뻔합니다. 몹 잡아서 아이템 가져오는 거죠. 이런 걸 즐겁게 반복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여러 퀘스트를 같이 동시에 받아서 한꺼번에 처리할 수도 있고 안내도 친절하지만 결정적으로 지루해서 몸이 베베 꼬이는 건 막지 못했습니다.
 
디지몬의 개성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지만 테이머의 개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고수는 DS가 높은 유진을 선택한다고들 하지만 주인공 세 명중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능력치가 비슷합니다(나중에는 10자리로 벌어지지만 초반에는 진짜 오차범위 이내입니다;;; 파트너몬의 능력치는 그나마 어느 정도 잘 나뉘어져 있는데 테이머 능력치를 일부 계승하는 게임 스타일 상 시간이 갈 수록 그냥 저냥 비슷한 테이머들 따라서 그냥 저냥 비슷하게 진화하는 게 아닐까 걱정됩니다.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구현되지 않은 채 과감히 오픈베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메뉴얼북 작업하면서 일부는 담당기자를 거쳐 개발자에게 문의를 하곤 했는데... 클베도 아니고 오베에서 너무 만들다 말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채팅은 파티, 길드, 외치기 등등 많은데 구현된 것은 일반 채팅과 귓말이 전부고... 테이머는 기본스킬 외에는 아무것도 구현되어 있지 않습니다. 아직 개발자의 답변이 오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게시판을 통해 얻은 정보로는 디지바이스 구현도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것 같더군요. 파트너몬 전장에 던져놓고 적당히 스킬 쓰고 체력 떨어지면 아이템으로 회복 시켜주는 단순한 진행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게 지금의 오픈베타 상황입니다. 아, 용병 시스템은 그나마 그현되어 있는데 이건 또 확률이 너무 낮아서 원성이 참 자자하더군요;;;; 직접 겪어본 건 아니니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습니다. 단, 저도 알 한번 부화시켜 볼 거라고 노가다 꽤 하긴 했습니다. 게시판에서 울고 불고 욕하는 사람들만큼은 아니었지만.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


공식 홈페이지부터 게임 내부에 이르기까지 한글 표기가 완전 엉망입니다. 전 이제것 이런 막장 표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누가 뭘 계속 [낳고], [않하고], 난립니다. 띄어쓰기, 맞춤법은 공식 홈페이지의 안내글은 물론 게임 속에도 깊숙히 침투되어 있는데요, 메뉴얼의 테이머 소개 부분에서는 아예 기초적인 어법부터가 글러먹었습니다. 이 사람들, 국어공부 정말 안 했군요. 띄어쓰기, 맞춤법은 물론 조사 사용부터 완전히 틀려먹은 발문장을 그대로 쓸 수 없어 담당기자분께 말씀드렸더니 일본 반다이 본사에서 검수 후 컨펌이 난 부분이라 저작권 상 수정이 불가하답니다. 어이쿠;;; 이사람들 아예 애초부터 관심도 없었구만요... 그리고 또 한가지 심한 부분은 원작 표기와 한국어판 표기가 마구 뒤섞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을은 요코하마고 배경은 일본인데(일본어 간판도 군데군데 보이지요) NPC는 대부분 한국어판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마저도 일관성이 없죠. 퀘스트에서는 한국어판 이름을 사용했는데 게임상에서는 원작 이름을 쓰고 있는 경우는 예사고, 디지몬 알의 표기도 [디지몬 알 / 디지타마(デジ玉 )] 두 가지 표기법이 마구마구 섞여서 사용됩니다. 그밖에도 따지고 들면 정말 끝이 없는데... 이 게임의 주 연령대가 10세 ~14세 어린이(메뉴얼 대상 연령 기준)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아직 오픈베타이고,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게임은 아닙니다만 사실 현 시점에서는 상당히 절망적입니다. 오픈베타 성공하면 반타작은 한 거라는 국내 온라인 게임계의 속설을 생각해보면 오픈베타가 미완성을 의미하는 단어는 아닐 것입니다. 클베에서 뭘 얼마나 다듬어서 나온 오베인지는 모르겠으나 조악한 완성도는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하는군요. 그리고 특히 어린이들은 이런 곳에서의 표기법에 영향을 많이 받고, 그게 옳다고 믿게 마련입니다. 저조차도 불과 몇 년 전까지 책이나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의 글은 국문학 전공 직원, 또는 학자가 검수해서 올바른 표기만 하는 줄 알았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민망한 한글 어법과 일본어와 한글을 정신없이 넘나드는 표기법을 내버려두다니, 학부모들이 알게 되면 단체로 개발사에라도 항의하러 갈 일입니다.

사실 소감을 이렇게 길 생각도 없었고 단점을 좀 쓰고 개선방향에 대한 건설적인 내용도 쓸 생각이었는데 너무 길어졌네요. 일단 소감은 여기까지. 여유가 되면 나중에는 개선방향에 대해서도 포스팅 하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As Kafka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서둘지 말되 멈추지도 말라 SIN PROSA SIN PAUSA
As Kafka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